어렸을 적 우리가 그렸던 '꿈' 같은 것들이 이제는 정말 '꿈' 같은 것으로 하나둘씩 멀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다 K는 말했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긴 해. 우리에겐 '동네 카페'가 없었어."
"외국에 하나 정해놓자."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내가 등대를 떠올렸던 건 아마 그즈음에 봤던 어떤 영화의 장면이 생각나서였을 것이다. "그 카페라든지, 그 벤치라든지 아니면 그 다리라든지." 내가 예상한 등대는 아니었지만 어떤 그림이 떠올랐고 나는 "그럼 거기서 만날까." 되물었다.
K는 잠깐 머뭇거리더니 "갑자기 내가 찾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드네."라며 말을 흐렸다. K는 길치였고 아마 지금도 길치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드라마 주인공들은 너무 엇갈린다며, 그래서 드라마를 잘 안 본다고 말하더니 우리는 너무 엇갈리지 말자고, 슬픈 장면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헤매고 엇갈려 늦더라도 기다려주기로 했고, K는 도착하면 안아주기로 약속했다.
2013. 9.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