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끔 이야기하던 '동네 카페'가 아닌 '동네 술집'에 들어섰어. 넓은 공간의 가운데에는 미팅을 하는지 짝을 맞춘 스무 살 남짓의 남녀가 한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지. 즐거워하는 무리를 바라보며 우리의 대화 주제는 자연스레 그 시절을 회고하는 쪽으로 흘러갔어.
'생각해보니까 같이 영화를 봤던 적은 없네?' 내가 말을 꺼내자 5초쯤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아니야, 한 번 있잖아.' 그러더니 '내가 남자랑 영화는 같이 안 보는데, 너랑은 한 번 본 적이 있어.' 서로의 기억이 맞다고 실랑이를 하다가, 내 기억의 공백과 상대방의 확신에 찬 말투의 틈이 워낙 커서 석연치 못한 마음에 내기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했어. '그러면 나 영화표 모아둔 거 있으니까 집에 가서 한번 찾아봐야겠다.'
돌아오는 내내 떠올려보려고 해봤지만 성공하지 못했어. 아마 내 기억이 맞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영화표를 꺼내 보려고 하는 순간, 막혔던 혈이 뚫리는 것처럼 모든 기억이 살아 돌아왔지. 영화표를 찾아보는 일은 시작하지도 않고 나는 바로 핸드폰을 꺼냈어.
명동에서클래식
봤었구나그날어
떤일이있었는지
다기억나는데왜
같이영화본것만
잊고있었던걸까
2012. 6.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