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갈까요? 걸어갈래요?" 후문 정류장에서 잠깐 02번 마을버스를 기다리더니 금세 마음을 바꾸어 옆으로 난 샛길로 방향을 틀었다. 감사원길 벚꽃은 벌써 졌을 텐데. 봄은 야속하게도 며칠을 기다려주지 않고 빠르게 도망가버렸다. 그래도 혹시 몰라 한 바퀴 둘러보자는 생각에 삼청공원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입구로 들어서자 껍질이 하얗게 변한 고목이 한 그루 서 있었다. 나는 괜스레 반가운 척을 하며 말했다. "어? 여기 백목이 있었네." "저 나무 이름이 백목이에요?" "응. 저렇게 껍질이 하얗게 변한 나무를 백목이라고 해."
신기하듯 한참을 쳐다보고 있는데 내가 또 한 마디를 덧붙였다. "재미있는 거 알려줄까? 백목의 '백' 자를 흰백(白) 자가 아니라 일백백(百) 자를 쓴대. 그러니까 나무가 오래 살아서 백 년쯤 되면 껍질이 하얗게 변하게 되는데, 사람들이 그걸 보고 백 년을 산 나무라고 해서 '백목'이라고 부르는 거야."
그 이야기를 진지하게 믿는 눈치는 아니었지만, 꽃이 다 지고 난 늦봄의 공원을 한 바퀴 돌고 나오려니 아쉬웠는지 먼저 말을 꺼냈다. "저 앞에 가서 백목 한 번 더 보고 가요."
2013.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