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맞은편에 앉아 새로 산 노트에 무언가를 끼적대다가 고개도 들지 않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며칠 전 영어 학원에서 만난 어떤 남학생이 알파벳 소문자 'r'을 이렇게 쓰더라구요."


노트 구석에 "J"를 뒤집어 놓은 모양의 둥그런 글자를 연습하고는 r이 들어간 단어 몇 개를 적어보더니, 마음에 들었는지 "나도 이제 이렇게 쓰려구요. 왠지 귀여워 보여."라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삶에서 스스로의 의지대로 바꿀 수 있는 것 중에, 알파벳 소문자 r의 모양을 다르게 적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에 속할까. 혹은 얼마나 사소한 동기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2013. 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