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즈음 엄마가 옆집으로 마실간 사이 누나랑 집안 청소를 해놓고 엄마를 깜짝 놀래키려는 계획을 짰다. 청소가 끝나고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엄마가 돌아오지 않자, 얼른 칭찬받고 싶은 마음에 엄마를 찾아가 집에 가자고 졸라댔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엄마는 나더러 왜그러느냐며 집안 청소라도 한 거냐며 웃으며 물었다. 나는 모르는 척 속아주지 않는 엄마가 야속하기도 하면서 어린 마음에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나도 어른이 되면 그런 것쯤은 쉽게 알아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었다.
그 때의 엄마 나이와 비슷하게 나이 먹은 지금의 나는 '그런 것쯤 쉽게 알아낼 수 있는' 어린 시절 내가 상상했던 어른과는 괴리가 있다.
미래는 여전히 알 수 없고 과거에 대한 후회는 늘어간다. 아주 작은 일에도 상처받는다. 어른이 된 나는, 다섯 살 시절보다 점점 약해져간다.
2012. 1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