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장 평온한 여름날의 아침을 본 적이 있다.


열흘째 되던 농활의 마지막 날이 밝아오자 그새 일찍 일어나는 생활에 적응됐는지 저절로 눈이 떠졌다. 그리고 작게 속삭이며 나누는 이야기 소리가 들렸다. 문 앞에서 선배들이 목사님과 상의해서 한 시간 늦게 깨우기로 했다는 말이었다.


빗방울이 임하교회 슬레이트 지붕을 때리는 소리와 앞마당 자갈을 적시는 냄새가 느껴졌다. 비가 오는구나.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니, 그 소리와 냄새와 낮게 가라앉은 공기를 나밖에 눈치채지 못한 것처럼 너무나 평온했다.


마치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떠 있는데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오직 나만 알고 있는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그 기분을 나만의 비밀로 간직하기로 했다. 그리고 팔을 뻗어 기지개를 켰고 온몸에 나른함이 몰려왔다.


그런 종류의 나른한 기분이 드는 것이 열흘 만인지 아니면 20년 만인지 명확하게 알 수는 없었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여름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2014. 7.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