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몰아친 소나기에 습해진 공기가 지금이 여름임을 깨닫게 했다. 그렇게 여름을 생각하다 오늘이 K의 생일이란 것을 알아채고, 정오가 지난 시점에서야 축하 문자를 보낼 수 있었다.


"나 어디게?" 잠시 후 고맙다는 인사가 생략된 질문이 돌아왔다. 그리고는 곧바로 지구 반대편에 있음을 짐작게 하는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혼자 여행을 왔고 조금 전에 마신 모히토 때문에 빨개진 얼굴을 식히려고 호텔 앞 벤치에 앉아있는 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럴 줄 알고 시간을 맞춰서 생일을 축하해준 것이라고 싱거운 농담을 했고, K는 살이 조금 탔다는 이야기를 했다.


"네가 여기 있으면 좋을 것 같아." 그리고 취한 김에 나쁜 짓을 할지도 모르겠다며, 내가 그곳에 없는 것을 아쉬워하는지 아니면 다행으로 여기는지 알 수 없을 싱거운 농담을 던졌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면서 K는 방으로 돌아와 샤워를 마쳤고, 빨개졌던 얼굴은 진정되었다고 전했다. 그리고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느 순간 잠들어버렸는지 대화가 끊겨버렸다.


2015. 2. 23.